진료실 안은 늘 분주합니다. 환자 동물과 보호자, 스텝들과의 대화가 하루 종일 이어지고, 때론 병원 밖으로 나가볼 틈조차 없지요. 하지만 계절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무더위가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은 ‘잠깐의 숨 고르기’에 딱 알맞은 시기입니다.
수의사라는 일은 동물과 보호자를 지키는 소명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에너지는 선생님들 자신의 건강과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잠시 병원 문을 나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더 나은 진료를 건네기 위한 중요한 준비이기도 합니다.
이번 가을, 선생님들께 권해드리고 싶은 특별한 야외활동 세 가지를 모았습니다. 운동으로, 걷기로, 자연으로 ―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모두 ‘쉼’을 선물해 줄 자리들입니다.
🧗 스포츠클라이밍의 짜릿함 ― 제29회 노스페이스컵
2003년 시작해 어느덧 28회를 넘어, 국내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노스페이스컵. 오는 9월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한얼광장 특설경기장에서 제29회 대회가 열립니다.
이번 대회는 전문 선수가 아닌 동호인을 위한 무대라는 점이 특별합니다. 2012년 1월 1일 이전 출생자라면 누구든 참가할 수 있으며, 총 144명(남녀 각 72명)을 선착순 모집합니다. 9월 3일 오후 2시부터 접수가 시작되니, “한 번쯤 암벽에 매달려보고 싶다”는 분들이라면 도전해볼 만합니다.
종목은 4~5m 높이의 인공 암벽을 오르며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는 볼더링 방식. 정해진 시간 안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볼더-스피드 듀얼 이벤트 경기도 준비되어 있어, 참가자뿐 아니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엇보다 이 대회는 2025 IFSC 서울 스포츠클라이밍 & 파라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9/20~9/28)가 열리는 경기장에서 펼쳐집니다. 세계무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대회가 아니라 하나의 ‘축제’에 가깝습니다. 국가대표 정지민, 천종원 선수의 시범 등반도 예정되어 있어 보는 재미 역시 놓칠 수 없겠죠.
👉 진료실의 긴장을 풀고, 전혀 다른 근육을 써보는 ‘클라이밍의 세계’에 몸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요?
🏃 평화의 길을 따라 ― DMZ OPEN 평화 걷기·마라톤
한 번쯤 들어가보고 싶었던 ‘민간인 통제구역’. 이번 가을, DMZ를 직접 걸어보고 달릴 기회가 열립니다.
11월 1~2일, 경기 파주 임진각 일원에서 열리는 DMZ OPEN 평화 걷기·마라톤. 평화와 생태, 역사의 의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행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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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코스: 6km / 9.1km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를 걸으며 평화 메시지를 남기고, 독립운동가 AI포토존, 음악 공연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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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코스: 하프(21km) / 10km 통일대교를 넘어 민통선 이북 지역을 달리는 드문 기회. 달리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역사의 무게와 맞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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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이벤트 ― 장애물 레이스 1.2km 구간에 15개 장애물이 설치된 코스로, 모험심을 불러일으키는 신선한 프로그램입니다. 완주하면 기념 메달도 받을 수 있죠.
참가비는 걷기 1만2000원, 마라톤(하프 3만5000원 / 10km 3만원), 장애물 레이스 2만5000원으로, 기념품도 제공됩니다. 모집 인원은 제한되어 있어 조기 마감이 예상되니 서두르는 게 좋습니다.
👉 “바쁘게 달려온 올 한 해, 이젠 진짜로 달려보자!”는 마음이 드신다면, 이만한 힐링과 도전이 함께하는 무대도 없을 것입니다.
🌿 자연을 손끝에 담다 ― 거제식물원 가드닝데이
진료 끝나고 집에 돌아와 화분 하나 돌보는 시간이 큰 위로가 되는 분들, 계시죠? 이번 가을엔 조금 더 특별하게, 자연을 손끝에 담아보세요.
9월 9일-19일(화금, 총 8일간), 거제식물원 식물문화센터에서는 석부작 만들기 체험 ― ‘해금강을 품은 풍란’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하루 두 번(10시, 14시), 회당 20명만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체험으로, 참가비는 1만원입니다.
풍란을 이용해 직접 석부작을 제작하는 과정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돌과 식물, 흙과 물이 하나의 작은 풍경으로 자리 잡는 순간, 일상의 피로가 조용히 풀려나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게다가 이번 체험은 거제 해금강의 아름다움을 담아내도록 구성되어, 작품마다 지역의 이야기를 간직하게 됩니다.
👉 온라인(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으로 간편하게 신청 가능하니, 잠시 ‘자연의 숨결’을 손끝에 담아보세요.
🌳 이번 가을, 나만의 리듬을 찾아서
수의사라는 직업은 늘 긴장과 집중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는 시간은 결코 사치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 달리기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클라이밍 벽을 오르며 몸을 깨우고, DMZ를 걸으며 생각을 비우고, 화분 속 작은 풍경에 마음을 담는 시간 ― 이 세 가지 모두, 진료실 안에서 얻기 힘든 ‘다른 호흡’을 선물할 것입니다.
이번 가을, 선생님만의 휴식법을 꼭 하나쯤 마련해 보시길 바랍니다. 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서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