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보고 계신 원장님은 아마도 공동개원과 단독개원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이제 실제 공동개원을 준비하고 계신 단계일 가능성이 큽니다.
공동개원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입니다. 진료 부담을 나눌 수 있고, 당직과 휴무가 비교적 자유로워지며, 운영 리스크 역시 혼자 감당하는 것보다 분산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진료 스타일이나 강점을 살릴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공동개원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바로 의사결정의 어려움, 그리고 이익 분배를 둘러싼 갈등입니다.
“우리는 믿는 사이라 계약서는 필요 없어요”
얼마 전 공동개원 상담을 위해 두 분의 원장님이 함께 방문하셨습니다. 상담 중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계약서 같은 건 안 씁니다. 워낙 친해서요.”
하지만 이 말은 실무자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공동개원 분쟁의 상당수는 ‘친했기 때문에’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사소한 의견 차이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진료 비중, 업무 부담, 수익 배분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결국 감정의 문제로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는 불신의 증거가 아닙니다. 오히려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친할수록, 반드시 문서로 정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공동개원 시 반드시 작성해야 할 동업계약서 핵심 내용
1️⃣ 출자 방식과 평가 방법
누가 얼마를 출자하는지, 그 방식은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현금 출자인지, 의료기기·인테리어·시설 등 현물 출자인지를 구분하고, 현물일 경우에는 평가 기준과 시점을 반드시 명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료기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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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품 기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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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가상각을 반영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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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시가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까지 계약서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2️⃣ 영업·경영에 대한 직무 분담
공동개원 인원이 늘어날수록 의사결정 구조는 복잡해집니다. 진료만 한다고 해서 병원이 운영되지는 않습니다.
진료 시간 배분, 직원 관리, 회계·세무 업무, 마케팅, 구매 관리, 외부 거래처 대응 등 병원 운영 전반에 대한 역할 분담을 사전에 합의하고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이를 정리하지 않으면 “왜 나만 일을 더 하느냐”는 불만이 가장 먼저 나오게 됩니다.
3️⃣ 동업자 간 손익 분배 비율
출자 비율과 손익 분배 비율은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초기 출자금, 진료 참여도, 근무 시간, 전문 진료 기여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현실적인 분배 기준을 정해야 합니다.
특히 개원 초기에는 출자 비율은 높지만 진료 참여가 적은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4️⃣ 계약 해지권
“그만두는 상황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질병, 가족 사정, 진로 변경 등으로 언제든 계약 해지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를 계약서에 반드시 기재해야 합니다.
5️⃣ 계약의 존속 기간
동업계약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유효한지, 계약 기간 종료 후 자동 연장 여부는 어떻게 할지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존속 기간을 정하지 않으면 분쟁 발생 시 계약 해석을 두고 또 다른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6️⃣ 계약 해지 시 지분 정리 방법
가장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 항목입니다. 계약 해지 시 병원의 자산, 즉 권리금과 영업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권리금 평가 없이 출자금만 반환할 것인지 사전에 합의해 두어야 합니다.
이 기준이 없다면 해지 시점마다 병원의 가치에 대한 의견 차이로 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7️⃣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
의료사고는 어느 병원에서든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동개원의 경우 특히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기 쉽습니다.
의료사고에 대비한 보험 가입 여부,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 책임을 개인에게 귀속할 것인지, 공동으로 부담할 것인지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8️⃣ 경업금지 의무
동업자가 탈퇴한 후 같은 지역에서 바로 개원할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경업금지 조항을 둘 경우
까지 구체적으로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조항 하나로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9️⃣ 신규 동업자 추가 시 처리 기준
병원 확장 과정에서 새로운 동업자를 추가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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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동업자 참여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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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원장님의 지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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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 분배 구조 조정
을 어떻게 할지 사전에 정해두어야 합니다. 이는 기존 원장님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계약서는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입니다
공동개원은 시작보다 유지와 정리가 더 어렵습니다. 꼼꼼하게 작성된 동업계약서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법적·금전적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개원을 준비하며 이미 챙겨야 할 것이 많겠지만, 이 부분만큼은 “나중에”로 미루지 않으시길 권해드립니다.
공동개원을 준비 중이시고 동물병원 전문 세무·계약 관련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전문가와 함께 처음부터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원장님의 개원이 걱정이 아닌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벳플레터는 앞으로도 실무에 꼭 필요한 이야기로 함께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