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국내 증시를 보신 분들이라면 "도대체 왜 이렇게 흔들리지?"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하셨을 것 같습니다. 장 초반 2~3%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 반등하고, 다음 날 다시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최근 코스피는 하루 만에 7~8% 가까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다음 거래일에는 다시 반등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매가 반복되면서 지수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동차가 빠지면 2차전지가 오르고, 바이오가 쉬면 금융주가 버텨주는 식으로 업종 간 순환매가 어느 정도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자금이 극소수 대형 반도체 종목으로 몰리면서 코스피 전체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나는 게 아니라 '포지션'을 줄이고 있습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차익을 실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선물 거래와 레버리지 투자 규모까지 함께 줄이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디레버리징이란 쉽게 말해 빌린 돈까지 함께 정리하며 투자 규모 자체를 줄이는 과정입니다.
평소라면 주식을 일부 팔고 다른 종목으로 이동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위험자산 비중 자체를 낮추면서 한국 시장 전체 노출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특별한 악재가 없어도 외국인의 매도만으로도 지수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도체에 몰린 돈, 레버리지가 변동성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또 하나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입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이 오르면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추가 매수를 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보유 비중을 줄여야 합니다. 다시 말해 오를 때는 더 사고, 내릴 때는 더 파는 구조입니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변동성이 커질수록 이러한 리밸런싱 거래가 반복되면서 주가 움직임이 더욱 증폭됩니다.
전문가들이 최근 시장을 '숏 감마(Short Gamma)' 구조와 비슷하다고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자금이 이미 두 종목에 집중된 상황에서, 레버리지 ETF와 패시브 ETF 자금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작은 뉴스 하나에도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일본이 움직이면 한국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국내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일본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엔화 약세(숏포지션)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엔화를 싼 금리에 빌려 미국이나 한국 같은 성장시장에 투자하는 엔 캐리트레이드가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일본 정부나 일본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이나 환율 방어에 나서는 순간입니다.
그동안 빌렸던 엔화를 갚기 위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투자자금을 회수하면 미국 기술주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주에서도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한국 증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자금 흐름 자체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