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하며 국제 유가는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선을 공격하고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미국이 보복 공습을 재개했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중동 정세가 다시 전쟁 국면으로 접어든 것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곳입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의존도가 높아 한국, 일본, 중국 등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더 중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제한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산업은 정유·석유화학 산업이지만, 결국 물류비와 전기 생산 비용 상승을 통해 우리 일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특히 동물병원과 같이 냉방이 필수인 업종은 여름철 전력 사용량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가 상승은 LNG 가격과 발전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향후 산업용·일반용 전기요금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중동 전쟁이 전기요금과 무슨 상관이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의 전기 생산 구조를 고려하면 생각보다 직접적인 문제입니다.
당장 전기가 부족해지지는 않습니다
다행히 '에어컨을 못 켜는 상황'을 걱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홍해를 활용한 우회 항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국내 원유 수송선들이 홍해를 통해 순차적으로 입항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자체가 완전히 끊긴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문제는 공급 부족보다 '비용'입니다.
홍해 항로 역시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인해 전쟁 보험료와 운송 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결국 국제 유가는 공급 부족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까지 반영하면서 상승하게 됩니다. 실제로 최근 국제 유가는 중동 정세 악화 이후 다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의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사태가 재생에너지 시장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중국은 약 10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략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및 풍력 설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전 세계 신규 태양광 설비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설치했고, 최근 전기차 수출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각국이 중동 리스크를 경험하면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이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단순히 국제 유가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패권'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