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계는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혁신의 물결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AI가 노벨 물리학상에 이어 노벨 화학상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기초 과학의 중심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9일(현지 시간) 노벨위원회는 2023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교수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CEO, 존 점퍼 디렉터를 선정했습니다. 이들이 개발한 AI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기존의 과학적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허사비스 CEO와 점퍼 디렉터가 개발한 **알파폴드(AlphaFold)**는 단백질의 비밀을 풀기 위한 열쇠인 3차원 ‘단백질 폴드(접힘)’ 구조를 예측하는 데 있어 혁명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2020년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 CASP14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며 과학계를 뒤흔든 알파폴드는, 수개월에서 수년씩 걸리던 실험 과정을 AI로 수시간 만에 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확도까지 대폭 향상시켰습니다. 이로써 신약 개발과 생명과학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베이커 교수의 '로제타폴드' 또한 알파폴드에서 영감을 받아 발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AI 업계에서 유명한 허사비스는 화학자가 아닌 컴퓨터 과학자이자 신경과학자입니다. 4세부터 체스 신동으로 불리며, 17세에 수백만 장의 판매량을 올린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를 개발한 게임 개발자였던 그는, 바둑과 온라인 게임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AI를 개발하여 업계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2017년 딥마인드에 합류한 점퍼 디렉터는 이번 수상으로 1952년 이래 최초로 30대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되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구글 딥마인드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허사비스와 점퍼가 알파폴드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는 AI, 컴퓨터 생물학, 그리고 과학 그 자체에 있어 기념비적인 업적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수상자들은 메달과 증서 외에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 3000만 원)를 나눠 가지며, 그중 베이커 교수가 절반을, 허사비스와 점퍼가 나머지 절반을 나누어 갖게 됩니다.
AI는 단백질 구조 예측에 있어서만 혁신적인 기여를 한 것이 아닙니다. 전날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과 존 홉필드 교수는 머신러닝과 AI 연구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힌턴 교수는 구글 브레인의 창립 멤버로 AI 연구에서 ‘대부’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이 두 상을 연이어 수상한 사례는 AI가 과학계에서 가지는 잠재력과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서울대 석차옥 교수는 “양자역학이 과거 물리학과 화학, 공학에 큰 영향을 미쳤듯 AI도 이제는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수학이 자연을 이해하는 언어로 자리 잡았다면, 이제는 AI가 새로운 과학의 언어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 도구를 넘어, 기초 과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AI가 과학계에 더 많은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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