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시작되면서 한 해의 하반기가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이번 달에는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 내용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 인구 구조의 중요한 변화를 짚어보고, 그 속에서 동물병원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려 합니다.
주민등록 인구는 줄지만, 가구 수는 늘어난다
2024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5,122만 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2020년 5,183만 명에서 꾸준히 감소하여 5년 연속 인구가 줄어든 것입니다. 저출생과 고령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인구 감소와 달리 전체 가구 수는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2020년 2,309만 가구에서 2024년에는 2,411만 8,928 가구로 약 100만 가구 늘어난 것입니다. 인구는 줄어도 가구 수는 늘어난다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난 것이지요.
1~2인 가구, 전체의 3분의 2
이 증가의 핵심에는 바로 1~2인 가구의 급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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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2020년 900만 가구(39.2%) → 2024년 1,012만 2,587가구(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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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가구: 2020년 540만 가구 → 2024년 601만 가구
즉, 4년 만에 1인 가구가 100만 이상 늘면서 처음으로 1,000만 가구를 넘어섰고, 2인 가구도 60만 가구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반대로 4인 이상 가구는 461만 가구에서 393만 가구로 줄어 처음으로 400만 가구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는 이제 3분의 2(약 66%)가 1~2인 가구로 구성되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전통적인 가족 형태보다, 혼자 혹은 부부만 사는 형태가 더 흔해졌다는 의미입니다.
고령층 1인 가구의 빠른 증가
특히 주목할 부분은 고령층 1인 가구의 증가입니다. 지난해 기준 70대 이상 1인 가구가 207만 가구, 60대 1인 가구가 189만 가구를 기록했습니다. 이 두 연령대만 합쳐도 전체 1인 가구의 약 40%를 차지합니다.
통계청 장기 추계에 따르면, 2052년이 되면 1인 가구 중 절반 이상(51%)이 65세 이상 고령층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노인들의 삶에서 돌봄, 의료, 주거 지원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고령 1인 가구가 많아질 경우, 이들은 노령 반려동물의 관리와 진료를 포함해 더욱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혼인 외 출생, 전통적 가족관의 변화
또 다른 변화는 출산 구조에서도 나타납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그중에서도 혼인 외 출생아 비중이 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대에 머물던 수치가 2022년 3.9%, 2023년 4.7%를 거쳐 급격히 증가한 것입니다.
이는 결혼과 출산이 더 이상 반드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사실혼·비혼 상태에서 출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념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다양한 형태의 가구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 속에서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부로 자리 잡는 사례도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동물병원과의 연결: 왜 중요한가
이러한 인구·가구 구조 변화는 동물병원에 몇 가지 시사점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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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군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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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늘수록, 정서적 유대를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호자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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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년 1인 가구는 정서적 교감을, 고령 1인 가구는 생활 안정감을 위해 반려동물을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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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수요의 지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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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1인 가구와 노령 반려동물의 동반 증가는, 장기적이고 꾸준한 진료·관리 수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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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치료를 넘어, 예방·관리·정기검진 중심의 진료 패턴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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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다양성의 반영
마무리
이번 ‘2025 행정안전통계연보’는 우리 사회가 이미 ‘1인 가구 1000만 시대’에 들어섰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체 세대의 42%가 혼자 사는 가구이며, 1~2인 가구만으로 전체의 3분의 2를 채우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숫자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가족 구조, 돌봄 방식, 생활 패턴 전반이 달라지고 있으며, 그 안에서 반려동물의 위치 역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동물병원은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고, 변화에 맞춘 진료와 서비스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하반기의 시작, 수의사와 수의대생 여러분께 이번 콘텐츠가 작게나마 새로운 시각을 드리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