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CKD 연관 빈혈의 병태생리와 전통적인 치료 방법인 에리스로포이에시스 자극제(ESAs) 및 철 대사 관리 전략을 살펴보았습니다. 이어서 최근 주목받는 저산소유도인자 프롤릴 하이드록실레이스 억제제(Hypoxia-Inducible Factor Prolyl Hydroxylase Inhibitors, HIF-PHIs) 와 그 대표 약물인 몰리두스타트(Molidustat, Varenzin-CA1)의 임상적 의미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HIF-PHIs의 작용 기전
HIF-PHIs는 경구 투여 가능한 새로운 계열의 약물로, 내인성 에리트로포이에틴(EPO)생산 증가와 철 대사 조절 개선을 동시에 유도합니다. HIF(Hypoxia-Inducible Factor)는 저산소 상태에서 활성화되어 적혈구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는 전사 인자입니다.
HIF는 α-소단위(HIF-α)와 β-소단위(HIF-β, ARNT라고도 불림)로 구성되는데, 정상 산소 상태에서는 HIF-α소단위가 산소 의존성 효소(HIF-prolyl hydroxylase)에 의해 빠르게 분해됩니다. 이 효소가 억제되면 HIF-α가 안정화되어 HIF-β와 결합하고, 이로 인해 EPO 유전자 발현, 철 흡수·운반 증가, 헴 합성 촉진, 신생혈관 형성, 세포 생존 신호가 활성화됩니다. 특히, 헵시딘 감소 효과를 통해 기능적 철 결핍을 교정할 수 있다는 점은 기존 ESAs와 구별되는 중요한 장점입니다.
몰리두스타트(Molidustat, Varenzin-CA1)
몰리두스타트는 2023년 FDA로부터 고양이 CKD 관련 빈혈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을 받은 첫 번째 HIF-PHI 계열 약물입니다. 임상시험에서 28일간 투여했을 때, 절반 이상의 고양이가 PCV 4% 이상 상승 또는 기저치 대비 25% 이상 증가를 보였고, 56일 시점에는 75%의 고양이에서 성공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토였으며, ESA 사용 시 문제가 되던 고혈압이나 경련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고양이는 체중이 증가하고, 혈압도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투여 방식은 5 mg/kg PO 1일 1회, 최대 28일간 투여 후 최소 7일 휴약이 원칙입니다. 투여 시작 2주 이후부터는 주 1회 PCV를 모니터링하여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21일간 반응이 없으면 다른 원인을 평가한 뒤 재투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몰리두스타트는 경구 투여 가능, 보다 생리적인 EPO 농도 유도, 철 항상성 개선, 염증 억제 효과 등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ESA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 때문에 장기 사용이 어려운 환자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대규모 장기 연구 결과가 부족하므로, 반드시 주기적인 혈액검사와 환자 상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또한 CKD와 동반된 다른 질환(예: 심혈관 질환, 염증성 질환)에 따라 약물 반응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환자 개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합니다.
고양이 CKD 연관 빈혈은 삶의 질과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기존 치료방식인 ESA는 효과가 입증되었지만 부작용과 치료 저항성이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에 비해 몰리두스타트를 비롯한 HIF-PHIs는 경구 투여의 편의성과 철 대사 조절 효과를 겸비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향후 ESA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추가 임상 연구를 통해 장기적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다면, HIF-PHIs는 고양이 CKD 환자에서 새로운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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