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막궤양은 소동물 임상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안과 질환 중 하나입니다. 외상, 안검 이상, 건성각결막염(Keratoconjunctivitis sicca), 감염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대부분의 표재성 각막궤양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비교적 빠르게 치유됩니다.
하지만 모든 각막궤양이 같은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환자는 며칠 사이 상피가 재생되며 안정적으로 회복되는 반면, 어떤 환자는 불과 하루 만에도 각막이 급격히 얇아지고 데스메토실(Descemetocele)이나 천공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궤양의 크기 때문이 아닙니다. 심재성 각막궤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남아 있는 각막 기질의 두께와 함께, 기질의 분해가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번 1편에서는 표재성 각막궤양과 심재성 각막궤양의 차이를 살펴보고, 일부 병변이 빠르게 '녹는 각막(Melting ulcer)'으로 진행하는 병태생리를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표재성 각막궤양과 심재성 각막궤양의 가장 큰 차이는 '깊이'입니다
각막은 크게 상피(Epithelium), 기질(Stroma), 데스메막(Descemet's membrane), 내피(Endothelium)로 구성됩니다. 표재성 각막궤양은 대부분 상피층 또는 얕은 기질만 손상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원인이 제거되고 감염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상피세포의 증식과 이동을 통해 비교적 빠르게 재상피화가 이루어집니다.
반면 심재성 각막궤양은 기질의 상당 부분이 소실된 상태입니다. 각막 기질은 전체 각막 두께의 약 90%를 차지하며, 안구의 형태를 유지하는 구조적 골격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기질 손실이 깊어질수록 안구 자체의 안정성이 감소하게 됩니다.
특히 각막 기질이 전층 소실되어 데스메막이 노출되거나 돌출된 상태를 데스메토실(Descemetocele)이라고 하며, 이 단계에서는 각막 천공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안과적 응급질환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즉, 심재성 각막궤양은 단순히 "깊은 상처"가 아니라 안구 구조 자체가 무너질 위험이 있는 상태입니다.
'녹는 각막'은 각막이 닳는 것이 아니라 기질이 분해되는 과정입니다
임상에서는 심재성 각막궤양이 빠르게 진행하는 경우를 흔히 "각막이 녹는다"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막이 물리적으로 닳아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 현상은 각막융해(Keratomalacia) 또는 Melting ulcer라고 하며, 각막 기질을 구성하는 콜라겐이 단백질분해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 병태생리적 과정입니다.
정상적인 각막 상처 치유에서도 Matrix metalloproteinases(MMPs)는 손상된 조직을 제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효소의 활성과 이를 억제하는 Tissue inhibitors of metalloproteinases(TIMPs) 사이의 균형이 깨질 때 발생합니다. 세균 감염이나 심한 염증이 발생하면 각막 상피세포와 각막세포, 호중구 등에서 다양한 MMP와 단백질분해효소의 생성 및 활성이 증가합니다. 일부 세균(Pseudomonas spp., β-hemolytic Streptococcus spp. 등)이 생성하는 단백질분해효소도 각막 기질의 분해를 더욱 가속할 수 있습니다. 결국 콜라겐의 분해 속도가 재생 속도를 앞지르게 되면서 각막은 점차 연화되고, 기질은 젤라틴처럼 변하며 빠르게 얇아집니다.
즉, Melting ulcer의 본질은 "깊은 궤양"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효소적 조직 파괴"입니다.
왜 심재성 각막궤양에서는 '시간'이 중요한가?
심재성 각막궤양에서는 병변의 크기뿐 아니라 기질 손실의 깊이와 진행 속도가 예후를 결정합니다. 이미 상당한 기질 손실이 발생한 상태에서는 남아 있는 얇은 기질이 추가로 소실되는 것만으로도 데스메토실이나 각막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Melting ulcer에서는 단백질분해효소의 활성이 지속되는 동안 각막 기질의 손상이 계속 진행되므로, 처음 진료 당시보다 다음날 병변이 훨씬 깊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또한 각막 천공이 발생하면 방수 유출, 홍채 탈출, 세균성 안내염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안구 보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심재성 각막궤양에서는 "며칠 후 재검"이라는 일률적인 계획보다 병변의 진행성에 따른 재평가 주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내원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심재성 각막궤양 환자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왜 궤양이 발생했는가입니다. 안검내번, 이소성 속눈썹, 노출성 각막병증, 건성각결막염, 안면신경 마비와 같은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치료를 지속하더라도 병변은 반복되거나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세극등검사를 통해 단순히 형광염색의 범위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ᄋ 기질 손실의 깊이
ᄋ 각막융해의 유무
ᄋ 병변 가장자리의 융해 및 진행 양상
ᄋ 각막 부종과 세포 침윤
ᄋ 반사성 전포도막염(Reflex anterior uveitis)의 동반 여부
ᄋ 데스메토실 형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또한 깊거나 융해성인 병변에서는 가능한 경우 세균배양 및 항생제 감수성 검사와 세포검사를 시행하여 감염성 각막염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병변을 정확히 기록하는 것입니다. 심재성 각막궤양에서는 현재의 병변 상태와 함께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하므로, 사진과 진료기록을 통해 병변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