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중환자의 입원 기간 중 위장관 운동성 저하(GI hypomotility, GIHM)는 비교적 흔히 관찰되는 이상 반응이며, 진단 및 관리가 지연될 경우 흡인성 폐렴, 영양 결핍, 장내 세균 전이 등 중대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위장관 운동은 미주신경 조절, 근막 감각 입력, 장 특이 펩타이드, 그리고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 간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연동운동은 평활근의 조화로운 수축과 이완을 통해 음식물을 원위부로 이동시키는 과정으로, 아세틸콜린(M3 수용체), 세로토닌(5-HT4 수용체), 물질 P(NK-1 수용체) 등 흥분성 자극이 수축을 유도하고, 일산화질소, VIP, 소마토스타틴, 노르에피네프린(β2 수용체), NPY 등 억제성 물질이 이완을 유도합니다. 위에서 분비되는 그렐린(ghrelin)은 위장관 운동성을 증가시키고, 십이지장과 공장에서 분비되는 콜레시스토키닌(CCK)은 위 배출을 지연시킵니다.
모틸린(motilin)은 금식기 위장관에서 MMC(migrating motor complex)를 유도하여 연동운동을 촉진하며, 도파민은 D2 수용체를 통해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하여 운동성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위장관 운동성 저하(GIHM)의 원인
GIHM은 위장관 질환에 의해 원발성으로 또는 전신 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개와 고양이에서 보고된 주요 원인에는 파보바이러스 장염, 췌장염, 위염 또는 위장관 궤양, 신생물, 위확장-염전(GDV), 수술 후 장마비(POI), 염증성 장질환(IBD), 전신 염증 또는 패혈증 등이 있으며, 오피오이드나 혈관수축제 등의 약물 역시 기여 인자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 연구에서는 건강한 개에서도 단순 입원만으로 위 배출이 지연되는 현상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입원 환경 자체가 GIHM의 유발 인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병태생리적으로는 수술 중 조직 조작, 안트럼-십이지장 간 협응 상실, 장벽 부종, 염증 반응, 일산화질소 유도 장마비, CCK 농도 증가, MMC 패턴 소실 등이 관여합니다. 또한 오피오이드 사용은 장 신경총 내 μ-수용체를 자극하여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장 연동운동을 저해합니다.
진단 및 초기관리
GIHM은 복통, 구토, 역류, 식욕부진, 복부 팽만, 장음 감소 등의 비특이적인 소화기 증상을 통해 의심할 수 있으며, 기계적 장폐색이 배제된 후에만 기능성 운동장애로 간주해야 합니다. 진단을 위해서는 복부 초음파가 가장 유용하며, 위 및 장의 팽창 상태, 연동운동 유무, 잔류 내용물의 움직임 등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반복적 또는 연속적 초음파를 통해 장 운동성의 진행 경과를 보다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위 잔류량을 정량화하는 방법은 사람에서는 흔히 사용되나, 개에서는 높은 위잔류량이 구토, 흡인성 폐렴 등의 위험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어, 수의학적 임상에서는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GIHM의 초기 관리는 약물적 개입보다는 먼저 환경적 변화에 초점을 맞춥니다. 무엇보다 조기 경장영양(enteral nutrition)이 GIHM 예방과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금식 기간이 길수록 운동성 회복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비위관(nasogastric tube)을 삽입하여 유동식 기반으로 조금씩 자주 급여해야 합니다.
고지방, 고단백 식이는 위 배출을 지연시킬 수 있으므로, 초기에는 저지방, 저단백, 저잔사 식이가 권장됩니다.
수액 선택시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도한 결정질 수액의 투여는 장벽 부종을 유발해 GIHM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위해 고장성 식염수나 합성 콜로이드의 사용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전해질 이상(특히 저칼륨혈증, 저마그네슘혈증)은 장 평활근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해질 교정은 초기 진단과 함께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 외에도 조심스러운 보행, 전침 등의 보조적 요법이 시도될 수 있으며, 장 운동성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한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며, 특히 급성기 환자에서는 적용 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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