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췌장염(pancreatitis)은 수의 임상에서 흔히 접하는 질환 중 하나지만, 그 진단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복통, 구토, 식욕부진 등 다양한 위장관 증상과 비특이적인 혈액학적 이상을 동반할 수 있어, 진단에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구나 외과적 개입이 필요한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순한 수치나 소견의 나열이 아닌 '임상의의 종합적 판단'이 진단의 핵심입니다.
췌장염의 병태생리,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췌장염은 외부 자극 혹은 개체의 기저 위험 요인이 췌장 세포 내 소화효소 활성화를 유도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과정은 zymogen(불활성 상태의 소화효소 전구체)와 lysosome(리소좀)의 비정상적 공동위치(colocalization)로 인해 trypsinogen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며, 이는 췌장 조직의 자가소화, 염증, 괴사를 유발합니다. 염증의 정도와 괴사 범위에 따라 임상 증상의 중증도와 예후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많은 사례에서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특발성'으로 분류되며, 이는 진단과 치료 방침 설정을 더욱 어렵게합니다.
진단은 ‘조합의 기술’이다
췌장염은 조직 생검을 통한 확진이 가능하지만, 이는 침습적이고 해석이 어려우며 임상적으로 자주 활용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환자의 병력, 신체검사, 영상진단, 그리고 췌장 리파아제 수치를 종합해 '임상적 진단(clinical diagnosis)'을 내리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각 검사마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다르며, 단독 지표에 의존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복부 방사선 촬영은 이물이나 외과적 개입이 필요한 병변을 감별하는 데 유용하나, 췌장염 자체에 대한 민감도는 낮습니다. 반면, 복부 초음파는 췌장염 진단에 있어 가장 흔히 사용되는 영상진단 도구로, 급성 췌장염에서는 저에코성 췌장과 췌장의 비대, 주변 장간막의 고에코성 변화가 주요 소견이지만, 초음파 상 변화는 임상 증상보다 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회복 이후에도 장기간 잔존할 수 있기에 초음파 검사 결과 단독으로 췌장염을 확진하기는 어렵습니다.
리파아제 검사, 다 같은 ‘리파아제’가 아니다
췌장 리파아제 측정은 현재 췌장염 진단의 핵심 도구입니다. 췌장 리파아제 검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며, 첫째는 대표적으로 DGGR 방식이 사용되는 촉매적 리파아제 검사(catalytic lipase assay)입니다. 리파아제 효소 활성을 측정하고, 간편하며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췌장 외 리파아제에 반응할 가능성도 있어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위양성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정상 상한치의 2~3배를 양성 기준으로 삼는 것이 임상적으로 유용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두번째 방식은 면역학적 리파아제 검사(immunologic assay)로, 대표적으로 IDEXX의 Spec cPL이 이 방식에 해당합니다. 췌장에서 유래한 리파아제를 특이적으로 인식하는 항체를 이용해 리파아제 농도를 측정하며, 분석 특이도가 높고 췌장염 진단에 있어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됩니다.
각 검사법의 정확도는 췌장 기능 저하증(EPI) 상태에서의 리파아제 반응 여부, 또는 헤파린 투여 후의 리파아제 활성 증가 유무를 통해 비교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췌장 외 리파아제의 간섭 정도를 파악하고, 해당 검사법의 임상적 활용 가치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진단 과정에서 한 가지 검사 결과에만 의존하거나, 감별진단 과정을 생략한 채 진단을 내리는 실수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경제적 제약이나 보호자의 요청으로 불가피하게 검사가 제한된 경우라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물, 종양, 감염성 질환 등 수술적 접근이 필요한 병변을 배제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 환자의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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