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췌장염 치료는 환자에 따라 천차만별의 치료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경증의 경우에는 외래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회복이 가능하지만, 중등도 이상의 경우에는 입원과 집중적인 내과 처치가 요구됩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통증, 구토, 탈수, 영양 상태를 면밀히 평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면적 치료(multimodal therapy)를 구성해야 합니다.
중등도에 따른 치료 접근
경증의 췌장염 환자는 수액과 대증적 약물 처치, 식이 조절만으로도 호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지속되는 구토나 식욕부진, 탈수, 통증이 뚜렷한 환자는 입원 치료가 필요합니다. 수액요법은 치료의 핵심이며, 저혈량 상태의 교정과 조직 관류 유지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치료 시 진통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마약성 진통제 중에서도 full µ-아고니스트(예: fentanyl, methadone)는 중등도 이상의 통증 완화에 우수합니다. NSAIDs는 일반적으로 금기이며, 필요시 부분 µ-아고니스트(예: buprenorphine) 사용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항구토제는 maropitant와 ondansetron 모두 유효하며, 필요 시 병용 투여도 가능합니다.
조기 급여와 영양 전략
최근 연구에 따르면 췌장염 환자에서 조기 식사 도입이 장 기능 회복과 예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관 급여가 필요한 경우 비강-식도관(nasoesophageal tube) 또는 비위관(nasogastric tube)을 활용할 수 있으며, 지방 함량이 낮고 위장관에 부담이 적은 처방식(low-fat GI diet)이 권장됩니다.
장기간의 금식은 오히려 장 점막 위축과 2차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증상이 완화되는 즉시 소량의 식사로 급여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후자프라딥(Fuzapladib)의 등장
최근 미국에서 개의 급성 췌장염 치료제로 조건부 승인된 후자프라딥 나트륨(Panoquell-CA1)은 LFA-1(Leukocyte Function–Associated Antigen-1) 활성을 억제하여 중성구의 조직 침윤을 감소시키고,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임상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정맥 투여로 1일 1회 3일간 투여하는 방식입니다. 내원 당시 중증도가 높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임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가능한 경우에는 조기에 투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아직까지 사용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임상 사용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재발성 췌장염, 놓치지 말아야 할 점
반복적인 췌장염은 대부분 원인 불명(idiopathic)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위험 인자나 기저 질환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가 첫 췌장염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위장관 증상을 보이거나 재발 양상을 보일 경우에는 원인 규명이 필요합니다. 특히 아래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ᄋ 식이 및 환경 조사: 지방 함량이 높은 간식, 음식물 쓰레기 섭취 여부, 보호자 수제 식단 등
ᄋ 약물 및 독소 노출 이력: 예외적인 약물 복용, 과거 병력
ᄋ 비만 평가: 체지방 지수와 BCS(Body Condition Score) 기록
ᄋ 내분비계 이상 평가: 당뇨, 갑상선기능저하증, 고칼슘혈증 등
ᄋ 공복 혈청 트리글리세라이드, 이온화 칼슘 수치 측정
위험 인자가 발견되면 이를 제거하거나 조절함으로써 재발을 예방할 수 있으며, 특히 고지혈증이나 고칼슘혈증은 췌장 내 지방 침윤과 췌장 효소 활성화를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췌장염은 단순한 ‘염증’이 아닌, 다기관 증상과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복합 질환입니다. 임상가는 개별 환자의 병력과 검사 결과, 보호자의 상황 등을 종합하여 최적의 치료 경로를 설계해야 하며, '진단'보다 더 어려운 '치료의 연속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환자에 접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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